오늘그은밑줄

(오블완)토요일 오후 일확천금의 꿈

밑줄 긋는 리드로 2024. 11. 1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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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마음으로

토요일 오후, 거실 바닥에 엎드려 아이패드를 켠다.

화면에는 마흔다섯 개의 번호가 일곱 개씩 행과 열을 맞추어 순서대로 쓰여 있다.

동생과 나는 번호를 고른다.

로또 당첨금을 나누기로 다시 한 번 약속한다.

마킹이 끝나면 나는 두 손 깍지를 껴고 거실을 돌며 주문을 왼다.

‘이번에 꼭 되기를...'

우리는 토요일 오후가 되면 로또일등을 기원하는 종교인이 된다.

하나의 숫자를 마킹하면서 우주의 모든 행운을 바란다.

내가 간밤에 좋은 꿈을 꾸었는지 동생이 묻는다.

 

 "꿈 안꿨어..."

 

만약에 당첨이 되면

 "당첨금은 어떻게 할 거야?"

우리는 부모님께 집을 사줬다가 어느 날은 용돈만 드리고.

어느 날은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고,

또 어느 날은 회사는 계속 다닌다고 답한다.

차를 샀다가 안 샀다가, 세계 여행을 갔다가 안 갔다가,

국내 여행을 갔다가 살러갔다가.

변덕인지 선택장애인지, 그날의 바이오리듬에 따라 답변이 매주 바뀐다.

 

 

당첨 결과

같은 날 밤, 로또 당첨 결과가 나온다.

당첨되지 않았다.

실망감이다.

왜 이 번호를 찍지 않았을까?

당첨 번호는 아무리 해도 분석할 수가 없다.

우리는 다시 무신론자가 되어,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토요일 오후가 되면 동생과 나는 거실 바닥에 엎드려 로또 번호를 찍는다.

온 우주적 행운을 빌며 가슴을 쿵쾅 치고 발을 우르르 구른다.

로또 1등 당첨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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