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는 제대로 해 먹어야 해.”
사실 이 결심부터가 문제였다.
어쨌든 요리를 시작했다. 된장국을 만든다.
숟가락을 꺼내 된장과 고추장을 냄비에 넣고 휘휘 젓는다.
나는 잠시 숟가락 놓은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다, 작은 종지를 꺼냈다.
숟가락을 종지에 올려둔다.
그리고 끓는 국에 썰어둔 감자와 두부를 넣었다.
“아, 마늘 까먹었다.”
새 숟가락을 꺼내 다진 마늘 한 숟가락을 넣었다.
그다음 감자볶음 차례다. 감자를 납작하게 썰어두고, 프라이팬에 파 기름을 냈다.
“오늘은 매콤한 게 좋겠다.”
고춧가루도 기름에 팍팍 뿌렸다.
파가 적당히 볶아지자 썰어 둔 감자를 넣고 긴 젓가락으로 설렁설렁 볶는다.
감자가 익으면 불을 강으로 올린다.
그리고 마늘을 푼 숟가락으로 간장 두 숟가락을 넣었다.
간장이 끓어오르면, 감자와 잘 섞이도록 뒤적여 볶아낸다.
다 된 밥은 새 숟가락을 꺼내 휘적휘적 섞어둔다. 젓가락 짝을 맞추어, 오징어채볶음을 긴 접시 한쪽에 덜었다.
“아, 멸치부터 덜 걸.”
새 젓가락을 꺼내 멸치를 덜었다. 볶은 감자도 담았다. 상부 장에서 컵을 꺼내, 뜨거운 물 반 차가운 물 반으로 컵을 채운다. 밥을 푸고, 국을 떠서 식탁으로 가져갔다.
십오 분이 지나자 식사가 끝났다.
혼자 먹는 이 한 끼에 밥그릇, 국그릇, 긴 접시, 냄비, 종지, 긴 나무젓가락, 숟가락 세 개, 젓가락 두 짝, 컵, 도마, 칼, 국자가 설거지로 남았다.
틀을 바꿔야 해, 틀을.
마트에서 야심 차게 식판을 샀다.
사고 보니 어린이용 식판이다. 어쨌든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된장국을 만들고 밥을 안치고, 요리하는 과정은 같다.
“아, 마늘.”
“아, 멸치.”
실수는 습관이 되었다.
어린이용 식판은 국을 담는 곳이 얕다.
국그릇을 건조대에서 집어 들어 국을 펐다.
김은 눅눅해지니까 사각접시를 꺼내 따로 담았다.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다.
십오 분이 지나고, 싱크대에 그릇을 담갔다.
밥그릇 하나가 줄고 긴 접시 하나가 작은 사각접시로 대치됐다.
소름 끼친다.
“그냥 시켜 먹자.”
생선가스가 50분 후 배달됐다.
칸이 나뉜 플라스틱 도시락에 돈가스, 밥, 반찬이 담겨있고, 세 개의 좁은 원통형 통에 국, 소스, 쫄면이 각각 들어있다.
생선가스를 소스에 찍어 먹었다. 밥도 함께 먹었다. 쫄면을 먹고 국물을 마셨다.
“캬-. 고소하고 맵고 시원하다.”
이 순서를 지키며 즐겁게 먹었다. 15분이 걸렸다.
먹고 남은 생선가스는 유리 반찬통에 담아 냉동실에 넣었다.
배달용기는 재활용 배출이다.
스테인리스 볼에 베이킹소다와 식초와 세제를 섞어 플라스틱 용기에 묻은 기름때를 불려, 수세미로 기름때를 벗겼다.
햇볕에 말려 다음날 재활용 봉투에 넣었다.
안 먹으면 그만인 것을. 덜먹으면 될 것을.
안다.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식탐을 막을 수가 없다.
오늘 밤도 치킨 향이 코끝을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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