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읽었다.
작가가 원하는 곳에 울고 웃었다, 고 자부한다.
곤이 나비 날개를 찢을 때, 나도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자꾸 글이 끊겼다.
아침에 세수하고 로션을 바를 때는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내 눈으로 읽으면 급한 나는 읽어야 할 문장 보다 눈이 먼저 튀어나가는데,
오디오북으로 들으면 빠짐없이 꼭꼭 눌러 들려준다.
가끔 딴 생각하다 휘리릭 책장을 넘긴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종이 책으로 읽을 때도 그러니까.
소설 <아몬드>의 줄거리
감정 표현과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다.
주인공 윤재는 알렉시티미아(감정 표현 불능증)를 가지고 태어나 감정을 느끼거나 표현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의 뇌 속 편도체(아몬드 모양의 부분)가 작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윤재는 어머니의 특별한 교육과 주변 환경 덕분에 평온한 삶을 유지하며 성장하지만,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그 앞에 곤이라는 아이가 나타나고 정말 다르지만 상처받은 두아이는 우정을 통해 점차 세상을 이해하게된다.
그리고 윤재는 느리지만 감정을 배우기 시작한다.
감정을 배우게 된 개인적인 일화
유치원생일 때 일이다.
유치원 생일 행사 중 하나는, 친구에게 뽀뽀해주는 거였어.
앞에 나서는 게 부끄러웠던 나는 선생님에게 뽀뽀하니 않아도 되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그러라고 해주셨다.
드디어 그 달의 생일 날이 되었다.
말하고 난 뒤 아무 생각 없이 있었던 나는 뽀뽀 행사가 시작되고
내가 벌인 일로 어떤 상황이 벌어졌음을 서서히 인지했다.
뽀뽀를 못받는 친구는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엉엉 울고 있었다.
단체 생일 파티니까 뽀뽀를 받은 친구들은 우는 그 친구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멀뚱히 바라보았다.
선생님이 만든 황금색 종이 왕관을 쓰고 원망의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울던 모습을.
그러니까 그때의 나는 인식이라고 말해야 하나? 마치 몽롱한 상태로 살아가던 시기였다.
그러니까 내 감정에 충실했을지 몰라도 타인의 감정을 멀뚱히 바라보는 시기였다.
그런데 내 생일이 왔다.
나는 황금색 종이 왕관을 쓰고 그 달의 생일인 친구들과 일렬로 서있었다.
촛불을 불고 케이크를 잘랐다. 그리고 뽀뽀 타임.
나는 뽀뽀를 받지 못했다.
기억 나지 않았지만 말소리를 스치듯 들은 것 같다.
"쟤는 뽀뽀 안 해서 못 받은 거잖아."
알고 보니 뽀뽀는 축하의 의미와 함께 되돌려 주어야 하는 빚이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이 짝이 되어 서로의 생일에 상대에게 축하 뽀뽀를 해야 했다.
어쩐지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아!
그랬구나! 네가 운 이유를 알았어.
난 그제야 그 아이가 흘리던 눈물의 의미를 깨달았다.
우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거절을 당했다.
그건 마치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기분이었다.
미워한 건 아니었는데... 미안.
나는 그 친구에게 배웠다.
거절이 주는 기분을. 상처를.
그렇다. 책 속의 아이와 같지 않지만 우리도 감정을 배운다.
배우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기도 하고, 상황이 몰고 가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거절 못하는 인간으로 큰 것은 아니다.
상처받아 본 놈이 상처도 잘 준다.
하하.
책을 읽고 느낀 점
<아몬드>에서는 감정 없는 아이, 윤재를 괴물로 취급했지만
감정이 없는 윤재와 대조되는 지점에 감정이 있지만 무심한 사회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손을 내밀지 방향 제시를 안내받았다.
작은 걸음이라도 같은 방향으로 향한다면 꽤 괜찮은 길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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